켈러는 ‘위안부’라는 수치스러운 경험,버려진 세상의 시선 속에서 현실을
등지고 숨어야 했던 시간들과 자기자식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고통스러운 세
월들 하나하나 안에서 버려진 꽃다운 청춘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아픔인 인생
을 함께 공유해 보는 시각에서 보려 했다.어린 ‘순효’에서 일본군 종군위안부
‘아키고41’로 명명 받는 것은 알튀세르의 용어를 빌자면,‘주체’(subject)로의


‘호명’(interpellation)이라고 할 수 있다.자신의 어긋난 삶 속에서 몸부림 쳐봐
도 벗어날 수 없는 아키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고 전쟁이 끝난 후에 또 다
른 삶의 시작인 무당이라는 다른 자아로써의 삶을 표현하는 순효의 비극적 정
체성이 드러나게 된다.‘종군위안부’라는 소재를 통해서 말하지 못했던 역사의
치부를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인정을 받아야 하지만,한 여성의
몸과 마음에 새겨진 역사의 기억을 ‘소거’(exorcism)하고,그 기억이 일으키는
정신적 고통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해보


고자 한다.
무당으로서의 삶은 바로 ‘소거’의 삶인 것이다.역사적 기억을 지우는 삶
의 방식으로 채택한 것이 바로 무당인 것이다.동양적 샤머니즘은 남편의 종
교와는 다른 아키코의 생존의 방식이기도 하다.왜냐하면,기독교조차 남성중
심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거부해야 할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인
덕으로부터 영향 받은 아키코의 무당 생활은 그녀의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큰 전환점이 된다.마치 아키코의 트라우마가 무당이 된 브래들리 여사의 무
속적 행위를 통하여 발산되는 정신적 고통의 탈출구 역할을 한다.베카 또한
그녀의 어머니를 표현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어머니에 대한 새로운 시선
을 갖게 된다.수년간을 죽은 자의 부고를 썼지만 실제 자기 어머니를 잘 알
지 못한 딸로써 어머니가 죽은 후 그녀의 죽음에 대한 부고를 쓸 수 없는 베
카의 자신을 그리고 있다.과거에 본인이 생각해보지도 못한 엄마의 지난 기
억을 상상해보며 과거의 기억으로 인해 파괴되었던 엄마의 아픔을 생각해 볼
수 있고 또한 엄마라는 여자의 삶을 다시 재조명해 볼 수 있게 된다.따라서
모녀라는 관계가 ‘소거’라는 동질성으로 서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
다.


모녀관계의 설정과 ‘바리공주 설화’의 변형은 가부장적인 성격을 비껴가
는 새로운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나의 엄마의 엄마로부터 나에게 오는 향수
에서 내가 나의 딸에게 보내지는 향수가 되고 나의 딸이 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향수가 구전으로 느껴지는 어머니의 사랑 이야기이며 베카가 마지막으로
느꼈던 엄마와의 진정한 교감은 역사의 흐름이라는 시간적 흐름 속에 함께 있
었음을 알 수 있다.이와 같이 여러 가지 관계되는 사람들 속에서 내포 되어
있으며 아키코와 베카의 삶의 소리와 세상을 표현하는 방식을『종군위안부』
라는 노라 옥자 켈러의 작품을 통하여 생각해 보려 하는 것이다.



WRITTEN BY
희순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들만의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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